2025/04 3

어버이날에

내일 영천호국원에 삼 형제가 부모님 뵈러 간다. 예전에는 차로 다녔지만 이제는 장거리 운전이 힘들어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영천에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호국원까지 간다. 생전의 불효에 대한 뉘우침과 그리움도 있지만 묘소 앞 바래진 조화라도 일 년에 한 번 바꿔 드려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 오랫동안 조화를 갈아 드리지 못해 바래진 묘소 앞 지날 때 보는 사람도 안타까운데 당사자의 부모님은 얼마나 더 안타까울까 하는 마음이 들어 돌아가신 이후라도 더 불효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해마다 5월 즈음에 반드시 찾아뵈어야겠다고 다짐한 일이다. 몇 년 전 읽은 미국의사가 쓴 "나이 듦에 관하여"라는 책내용에 노년에 편하려면 3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착한 딸"이란 이야기가 있다. 불행히도..

나의 이야기 2025.04.27

오늘도 무사히

집사람의 빈자리가 두 주나 되었다. 매일 카톡을 통해 하루의 활동을 확인한다. '오늘도 무사히 걸었구나'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는 아내의 말에 걱정이 밀려온다. 일흔의 나이에 매일 25km를 걷는 고행길. 그 험난한 여정이 눈앞에 그려져 마음이 아프다.늘 가족을 먼저 챙기던 아내였다.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할머니로 쉴 새 없이 달려온 세월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라며 떠나보냈건만, 예상보다 힘든다는 말에 마음이 무겁다. 평소에도 잠을 설치는 아내였다. 간혹 수면제의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오늘 저녁 카톡에는 어제 밤새 잠을 뒤쳑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낯선 곳에서의 불편한 잠자리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앞으로 30여 ..

나의 이야기 2025.04.20

까미노(아내의 긴 여행을 보내며)

오늘 새벽, 나는 집사람을 까미노로 떠나보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인천공항까지 함께 갔다. 집사람은 밤새 설레는 마음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오랜 비행에 피곤할 텐데 걱정이다.약 40일간의 여정. 일흔을 넘긴 아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이번 프로그램이 노약자를 배려한 코스라 다소 안심되지만, 하루에 20킬로미터를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내는 평소 잠을 잘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낯선 알베르게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그래도 이 길은 아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여정이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시간. 그동안 아내는 어머니로, 할머니로, 아내로 살아오며 늘 가족을 위해 헌신해왔다. 이번만큼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길을 걷기를 바란다...

나의 이야기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