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시작 하면서 항상 술을 마셨다. 그때는 회사 비용으로 하는 회식이 드물었으며 동료들끼리 술을 마시면 주로 외상을 하고 우리들 중에 임명한 총무가 월급날 각자 분담액을 계산해 정산 하였다. 당시 월급은 봉투에 현금을 넣어주는 방법 이어서 봉투를 받으면 각자 분담액을 갹출하고 많이 마신달은 생활비가 부족하므로 술집 주인에게 사정해 일부는 다음달에 이월하는 방법을 썻다. 혹시 잔업 수당이 많이 나오거나 휴가 보상비등 특별 급여가 나오면 인사부서에 빈 봉투를 받아와 타이프로 금액을 고쳐 마누라 몰래 술값을 조달 하기도 했었다. 빈 봉투를 주는것도 인사부서의 특권중 하나 였으며 빈 봉투를 구하는 것도 능력 이었다. 그러나 월급 봉투는 전산실에서 프린트되어 나오는 것 이므로 타이핑 한 것이랑 비교해보면 글자 체가 차이가 나므로 한친구는 부인에게 적발되어 용돈 삭감 조치를 당해 한동안 담배를 얻어 피우기도 했었다. 부인이 직장 경험이 있었던 터라 훤히 꿰고 있었던 것이었다.
월급날이되면 복도에서 술집 주인들이 기다리고 있어 퇴근 하면서 정산하였으며 못값는 사람은 몰래 도망 가기도 했었다. 당시 형편이 거의 비슷했다.
내 경우는 월 용돈과 주 용돈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먼저 월급을 타면 집사람이 정한 월 용돈으로 외상값을 갚고 하루에 담배 한값, 자판기 커피 한잔, 그리고 버스비 일주일치 합쳐 주 용돈을 받으니 항상 부족했다. 그러니 호시탐탐 용돈 마련을 노렸다. 마시는 술이라야 주로 삼겹살(그때는 삼겹살이 쌋음), 포장마차 그리고 호프집등 이었다.혹시 발동이 잘못걸려 색시가 따라주는 맥주집에 갔었던 달은 그 뒷처리에 고충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월급도 빠듯했고 집 마련을 위해 융자받은 마을금고 빚도 매달 상환해야 했으므로 생활비는 항상 부족했다. 집사람은 매주 친정에 가서 털어올 만한 것은 다 털어왔고 장인은 남대문 시장에서 외손자가 마실 미제 쥬스를 조달 해주셨고 가끔식 불러 소고기도 먹여 주시곤 했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직급도 올라가고 회사의 회식도 어느정도 공식화 되어 외상술 마시는 것은 거의 없으졌으나 그래도 술은 자주 마셨다. 거래처에 접대등 주로 업무 연관되어 술을 많이 마셨으며 이때부터 2차가 거의 공식화 되었다.그러다 보니 기억이 안날 정도로 술이 취해 귀가 하는 날들이 잦았으며 공식적인 술자리가 없는 날도 술을 마셔야 될 정도로 거의 중독 수준이 되었다. 보통 일주일에 4~5일은 마신 것 같다. 담배도 많이 피웠다. 40대 월급쟁이 돌연사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던 때라 마음 한구석에는 “이러다 제 명에 못살지”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었다. 그리고 술이 취해 실수도 잦았다. 당시 높은 상사에게 술이취해 한 실수로 공장으로 쫒겨가는 돌이킬수 없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를 한다. 그후 보직도 바뀌고 조심도 하고해서 조금 적게는 마셨지만 그래도 자주 마셨다.
매년하는 건강검진에서 성한곳이 없다. 콜레스트롤은 높고 동맥경화는 많이 진행되었으며 지방간에 비만이다. 그리고 목에 결절이 있으니 조직 검사를 한번 해 보란다. 혹시 암이 아닐까? 갑자기 겁이 덜컥 났었다. 당시 지방 근무중이라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올라와 조직 검사를 받으니 갑상선 암이란다. 담당의사 말로는 갑상선암은 진행도 아주 늦고 별 증상도 없으니 그냥 관찰하면서 다른데 전이증상이 있으면 그때가서 수술해도 된다고 한다.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고 이건 나한데 보내는 경고라 생각하고 그때부터 술 담배를 끊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몸무게도 줄고 담배도 끊어니 기침도 멎고 확실히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암이 목에 자라고 있다는 것이 늘 께름직했다. 목을 뒤로 젖히면 뽈록하게 혹이 튀어 나옴으로 매일 거울을 보면서 어제보다 커졌나? 하고 걱정스럽게 가늠하는것이 큰 스트레스 였다.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병원에가서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더니 그렇게 해도 된다해서 제거 수술을 받은지 20년 넘게 되었다. 수술후 몇차례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후유증은 전혀 없으며 평생 호르몬 약을 먹어야 하는 것 외에 다른 불편은 없다.그뒤 담배는 피우지 않았으나 술은 조금씩 마셨지만 대취하거나 술로 실수는 한적은 없었다.
지금도 누가 권하면 술은 마신다. 소주는 반병정도 마시지만 잠자리에서 화장실에 자주 가야하는등 불편이 많아 가능한 안마신다. 집에서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이제는 집사람이 가끔 마신다. 저녁 식사때 맥주 한캔을 마시면서 나에게 권하는데 나는 안마신다. 대신에 설거지는 내몫이다. 집사람 말이 인생에서 술마시는 총량이 있는데 나는 옛날에 다 썻고 자기는 많이 남아있으니 마셔도 된단다. 딸이오면 좋은 와인 이라면서 둘이서 마신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한다. 아마 인생 총량의 술이 있긴 있는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설거지를 오랫동안 해야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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